“태어날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유도 이민재, 아쉬운 ‘노메달’…돌아온 유도가, 다시 뛴다 [파리2024]

[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유도복을 벗었다.
패럴림픽 메달을 위해 다시 복귀했다.
태어날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이고 싶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민재(33·평택시청)의 위대한 도전이 마무리됐다.

이민재는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유도 남자 개인 -60kg(스포츠등급 J2) 동메달 결정전에서 코바라 다비드(우크라이나)에게 2분42초를 남기고 한판패를 당해 아쉽게 동메달을 놓쳤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8강에서 이민재는 마르케스 다 실바(브라질)를 상대로 2분48초를 남기고 안다리 걸기로 한판승을 거뒀다.
준결승에서는 나모조프 셰르조드(우즈베키스탄)에게 어깨로 매치기를 허용해 한판패를 당하며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했다.



이민재는 준결승을 마친 뒤 “져서 아쉽지만 잘 준비해서 꼭 동메달을 따겠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떠났다.

비장한 각오로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다.
아쉽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민재는 29초 만에 코바라에게 띄어치기를 당하며 실점했다.
2분42초를 남기고 허벅다리걸기를 당했다.
한판패다.

경기 후 이민재는 “기회가 왔는데 잡지 못해서 아쉽다.
상대 선수가 힘이 좋아서 체력전으로 가려 했는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8살 때 뇌수막염으로 장애를 입은 이민재는 초등학생 때 씨름부에서 운동하다가 스무 살에 진로를 고민했고, 장애인 유도를 시작하게 됐다.
유도를 배운 지 얼마 안 된 2010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한 뒤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개인전 3위,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개인전 2위, 2022 IBSA 세계유도 그랑프리 안탈리아 개인전 2위, 2023 카자흐스탄 아시아챔피언십 2위 등을 차지하며 한국 유도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독 패럴림픽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처음으로 출전한 2012 런던대회에서 개인전 5위에 그쳤고, 2016년 리우대회에서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끝으로 잠시 운동을 그만뒀다.
패럴림픽 메달 ‘한’이 남았다.
다시 유도복을 입었다.
오는 12월 태어날 아기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민재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운동을 그만뒀는데 패럴림픽 메달이 없어서 복귀했다”며 “도쿄대회를 보는데 나한테 진 선수들이 2,3위 하더라. 다시 한번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2022년에 결혼했고, 아내 배 속에 아기가 생기면서 책임감이 강해졌다”며 “아빠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더 악착같이 준비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두 번의 패럴림픽에서는 막내였다.
이번에는 선참이다.
선참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슴 졸이며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남는다.
“아버지는 내가 1위 할 수 있다고, 늘 챔피언이라고 불러주신다.
너무 미안하다”며 “아내도 안 다치면 된다고 했지만, 메달을 땄으면 더 좋아했을 텐데 아쉽다”고 울먹였다.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내 체급이 없어지는데, 어떻게 체급을 맞출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경기력이 잘 나올지 모르겠지만 다시 열심히 준비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패럴림픽 유도 종목은 크게 시각장애, 청각장애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시각장애 종목에 이민재와 김동훈(25·예금보험공사) 2명이 참가했다.

시각장애 종목에는 J1(전맹), J2(저시력) 2개의 등급이 있다.
나란히 J2 등급에 출전한 이민재의 체급은 -60kg, 김동훈은 -73kg이다.

이를 비롯해 남녀 4체급씩 2개 등급으로 총 16개의 이벤트가 있고, 경기는 남녀 4분 동안 펼쳐진다.
오는 6일에는 김동훈이 -73kg급 16강전을 시작으로 메달 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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